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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으로 거칠게 몸을 뒤척이다가 지쳐, 새근거리며 달빛 아래서 잠든 아기바다를 본 적이 있는가? 지친 몸으로도 달님 하나 번쩍 안아서 기어이 옷고름 풀고 젖을 물리고 마는 어머니 같은 밤바다를 본 적이 있는가? 상심한 자들의 가슴을 헤집고 들어가 펄럭이는 저 바다, 저 물결의 시퍼런 심연의 속내를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최고의 히말라야 등반을 쉬이 허락하지 않듯이, 망망대해의 바다 깊은 속살을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지 않은가! 때로, 수면은 태풍에 찢기우고 날카로운 폭풍에 할퀴어 만신창이가 될지라도 바다가 품고 있는 심해의 순결은 누구도 범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절망한 자의 바다는 희망의 물결이 잦아들고, 내일의 노래로 여울지게 한다. 누구나 바다에 관한 추억과 명상은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바다는 언제나 그리움의 진행형이다. 베갯머리에서 앞발 들고 살금살금 다가와 꿈길을 적시며 시나브로 밀려드는 그런 것이다. 유년 시절 수평선 너머를 흠모했던 나는 어른이 되면 배를 타고 꼭 그 너머를 가보고 싶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너머에 있을 세상이 나의 꿈이었던 것이다. 바다가 하늘과 만나는 그 너머에 존재할 그 꿈을 찾아 하지만 아직 끝자락 하나를 잡았을 뿐 수평선 너머까지는 당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도 내 속에서 물결치는 바다는 실연할 때에도 너른 품으로 다시 안아주며 상심한 등을 떠밀어 다시 흐르게 하는 그런 것이다. 이러한 바다 앞에서 우리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존재의 크기를 가늠하지만,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바다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중에서 새벽의 포구는 펄떡이는 싱싱한 생선처럼 생명력이 넘쳐서 좋다. 내가 본 바다의 모습은 마냥 아름답기만 한 모습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이 엉켜 있는 리얼리즘 그대로이다. 새벽녘 동트기 전부터 바닷길을 이어주는 플랫폼인 포구는 왁자지껄 술렁인다. 밤새 안식을 위해 매어두었던 뱃줄을 푸는 구릿빛 팔뚝엔 희망과 신념의 혈관이 불끈거리고, 아내의 살내음을 털기도 전에 이미 바다사람의 마음은 망망대해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심장 속을 울리고 나오는 출항의 뱃고동과 함께 둥지를 털고 나온 갈매기떼들의 일과도 함께 시작된다. 배 갑판을 섬으로 삼아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어부와 새끼들의 먹이를 찾아 나란히 항해하는 갈매기떼들은 동병상련으로 정겹다.
191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20세기 100년간의 문학유산을 총결산한 한국문학전집의 40번째 권이다. 편편마다 시대의 고뇌가 각인되어 있고, 인간과 역사와 풍속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최고의 작품들이다.

엄격한 작품 선정,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은 정교한 편집, 교사진과 교수진의 눈높이 해설,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낱말풀이 등 독자에게 최상의 문학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우리 소설의 풍요로움과 참맛을 제대로 선사할 것이다.


간행사
이균영: 어두운 기억의 저편
박영한: 우묵배미의 사랑
현길언: 우리들의 조부님
이원규: 포구의 황혼
최인석: 인형 만들기 / 노래에 관하여
이메일 해설: 양은희 이현식
낱말풀이

 

둥지의 철학

둥지의 철학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개별적 현상은적어도 어느 차원까지는 물리화학적 물질이냐, 아니면 어떤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제되는 생명체냐에 따라서 인과적 또는 기계적이거나, 아니면 목적론적 또는 의도적이라는 두 가지 가운데 한 원리로 설명된다. 물질을 다루는 물리학이나 화학에서의 설명이 인과적인 데 반해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의 행동은 그것들이 최소한의 의식을 갖고 있는 한에서 목적론적으로 설명된다.투명한 지성, 열정적 감성, 도덕적 진실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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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읽을 거야!

내가 끝까지 읽게 해 줘. 나는 조용한 장소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면 신이 나거든! 그런데 책을 읽으려고만 하면 어디선가 동물들이 나타나 책 내용을 미리 다 말해 주는 거야. 이야기를 미리 들어 버리면 재미가 없는데 말이야. 어디로 가면 조용히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동물들아, 다음에는 내가 책을 끝까지 다 읽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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