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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소가 되었다. 아빠가 소가 된것도 문제였지만 무심하게도 그 다음일이 더 문제였다. 우선 엄마는 아빠의 회사에 전화를 건다. 다행히도 아빠 회사일은 별탈없이 넘어 갈 것 같다. 직장 부하 아저씨가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동안 아빠가 나오지 않아도 회사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엄마는 좋아해야 할일인지, 슬퍼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웃긴건 아빠가 야구를 잘해서 회사에서 야구팀이 있는데 꼴찌를 면치 못하다가 아빠 덕분에 야구팀 성적이 좋아졌다고 한다. 곧 야구대회를 나가는데 그것이 심히 걱정이였던 모양이다. 엄마는 속으로 이건 뭐지? 하는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 계장님의 황금 오른팔이 꼭 필요하다는 말과 회식자리에서 계장님이 없어서 신이나질 않는다는 말만 하고 돌아선다. 엄마는 이사람뭣하러 회사에 다니는 거지? 라고 생각한다. 소가 하루에 먹는 풀의 양이 엄청나다. 거기다 물도 엄청 마시면서 소변도 보고 똥도 어마어마 하다. 거기다 냄새는 얼마나 구린지 모른다. 소를 키우는 시골에 가보면 소똥을 거름으로 쓸때면 냄새가 아주 구리다. 소는 걸어가면서도 똥을 눌수 있다. 예전에 보고 컥 소리가 날 정도였다. 아이들은 똥을 치우다가 기가막혀서 쓰러질 정도였다. 다행히 엄마는 삽화가로써 인맥관리나 실력으로 일이 꾸준히 들어온다.
아이들은 겉으로는 아무일 없듯 학교에 다닌다. 집에 들어올때면 냄새때문에 가족들 모두 힘들어 한다. 하지만 엄마는 의외로 태연해 보였다. 아이들은 아빠와의 예전일을 회상해본다. 예전에는 아빠가 최고였는데 어느 순간 바퀴벌레와 비슷한 수준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을 아빠가 모를리가 없다.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도 싶지만 아이가 크면서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엄마가 일로 바빠지자 집안일은 분담해서 하는데 요리를 잘하지 못해서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못 먹을 음식임에도 아빠는 소가 되어서 그런지 맛있게만 먹는다. 옆집에 참견쟁이 아줌마가 집안에 들이닥친다. 이런사람들이 수상한 냄새를 기차게 맡는다. 제발 모른척 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수다쟁이 아줌마는그냥 넘어가질 못한다. 그런데 동물의 본능인지, 이상한 아줌마가 들어온 것을 아빠가 눈치 채고 난리를 친다. 그래서 아빠는 창고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아빠 회사 동료를 만나게 되는데 아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유롭기보다는 제한적인 생활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빠 동료 아저씨도 복잡한 건 다 잊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가끔은 그랬으면 한다고 한다. 어쩌면 아빠도 소가 되어 지금 그런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들이 한편으로는 아빠를 짐으로 생각한다. 사람일때도 그런면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식구지만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약간 씁쓸했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가족들이 보고 싶어서 할머니께서 올라오셨다. 재미있게도 할머니는 소를 보자 마자, 곧 아들을 알아 보셨다.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어머니는 대단하신것 같다. "그런데 말이지. 계속 같이 있으면 그 많은 일들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 사실,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 말이야." (134쪽) 엄마는 예전 앨범을 펼쳐보면서 그동안의 추억에 잠긴다. 아이들은 이제 아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리고 더이상 이곳 생활보다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가족들에게 기피와 무시의 대상이었던 아빠는 왜 소가 되었을까?
아빠를 바퀴벌레처럼 생각하는 중학생 메구미, 한심해 보이는 아빠를 상대하지 않기로 한 초등학생 유이치, 바쁜 집안일로 아빠를 귀찮아하는 엄마까지 어느 누구 하나 아빠를 반겨 주는 사람은 없다. 아빠는 항상 집에 오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한심한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아빠가 하루아침에 엄청나게 큰 소로 변했다.
아빠가 사람으로 계속 있었으면 가족들이 배설물을 치우고, 고된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아빠는 잃어버린 존재감을 찾기 위해 소가 되기로 결심한 걸까?
아빠, 소 되다 는 항상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가족’과 ‘아빠’를 번뜩이는 상상력을 더해 풀어낸 작품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황당무계한 작품 속 현실에서 독자들은 가족의 역할과 아빠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동화이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현실적 갈등과 책임감 등 다양한 감상을 느낄 기회가 된다.
1. 아빠, 일어나다 7
2. 아빠, 똥 싸다 26
3. 아빠, 부하 직원을 울리다 45
4. 아빠, 소문의 주인공이 되다 60
5. 아빠, 심하게 날뛰다 76
6. 아빠, 창고에 갇히다 98
7. 아빠, 할머니와 다시 만나다 111
8. 아빠, 목욕하다 124
9. 아빠, 고향으로 돌아가다 141
옮긴이의 말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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