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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fauv 2024. 2. 12. 02:14


청소년기. 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복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친구를 위해 혹은 세상을 향해 할 수 있는 복수라는 것. 내가 생각하는 복수는 더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최대의 복수라고 생각했는데.. 요즈음 아이들에게 복수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가끔 청소년 소설을 읽게 되는데 어떤 내용은 공감할 수 있지만 어떤 내용은 허상에 불과할 뿐 어떤 위로도 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것도 결국 어른들의 시선에 맞춰 써진 거라서 그렇겠지? 보통의 청소년에게 복수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사회를 향한, 어른들을 향한 통일된 행동은 더더욱. 이번에 만난 청소년 소설은 ‘복수’ 주제로 하고 있다. 7편의 단편인 이 책은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공감할 수 없는 단편도 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 생각을 대변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단편들. 조금은 문학적이고 생각의 깊이가 더해지는 그런 청소년 문학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첫 번째 ‘그날의 인간 병기’는 사이버 웨어를 입은 경수가 그동안 자신과 친구를 괴롭힌 희대를 응징하는 이야기 이고, ‘미(米)마켓 습격 사건’은 거대 마켓이 생기면서 일자리를 잃는 부모를 대신해 마켓을 습격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다. ‘찌질이’는 첫사랑 고백부터 그 사랑에 대한 복수까지 친구가 대신해준 찌질이에 대한 이야기이고, ‘편의점 앞으로’는 4명의 여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정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복탄고를 사수하라’는 자공고로 전환하게 된 복탄고를 일반고로 남기기 위한 아이들의 투쟁 이야기이고, ‘마지막 테스트’는 지옥문이 열린 그날부터 오직 복수를 위해 산 인호에 대한 이야기다. 마지막 ‘그래도 될까?’는 현실 어디에도 발 디딜 곳이 없어 무언가로 변할 수밖에 없던 우주와 친구들의 이야기다.기억에 남는 단편은 모두 2가지인데 ‘마켓 습격 사건’과 ‘복탄고를 사수하라’이다. 지금도 거대 마켓은 우리 생활 일부를 차지하고 더 많은 생필품과 먹 거리를 사라고 부추긴다. 점점 커지는 대형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면 되고, 조금 사는 것보다 많이 사서 냉동실에 보관하면 생활이 더욱 편리해진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은 결국 버리게 된다는 사실. 대형 마켓에서 일하는 분들은 대부분 우리네 엄마들이지만 비정규직이고 언제든 짤릴 수 있는 몸이 되어 버렸다. 그 마켓에 대항하여 이런 저런 사건을 일으키는 아이들이 속 시원하기보다 아프고 씁쓸하다. 거대 마켓은 그런다고 해서 변하지 않을 테니까.또한 ‘복탄고를 사수하라’는 지금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국단위 자사고나 특목고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와 그걸 반대하는 학교와 학부모의 갈등. 여기선 복탄고가 자립형 공립학교로 전환되면서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시 외곽의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가게 된다는 설정이다. 공부 잘하는 10%만이 자신이 살고 있는 복탄고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아이를 위한 교육 정책이 아닌 어른을 위한 교육 정책은 아니었을까? 자공고가 생기면서 집값이 오르고 기존에 살던 사람들은 점점 외곽으로 빠지게 되는 현상.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와 어른들을 상대로 응징에 들어간다. 현실에선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내가 늘 의문을 갖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학생들의 의견이다. 무엇을 하든 제일 먼저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 공부는, 대학은 학생들이 가는 건데 왜 어른들이 난리인지 솔직히 모르겠다.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날릴 수 있는 복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이런 아이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용기.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청소년들이 있지 않을 것이다. 공부하기 바빠 세상을 바라볼 시간이 없을 테니까. 청소년 소설이지만, 청소년들이 이런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청소년 소설이 나오지만 정작 읽어야 할 청소년들은 공부에 치여 책을 읽을 수 없는 이 아이러니는 무엇인지...
복수는 나의 것 은 탐 청소년 문학이 선보이는 두 번째 단편집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분노, 그와 동반된 복수심에 주목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이젠 새삼스럽게 열거하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으며, 때로는 그들 안에 응축된 분노가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칼날을 들이밀기도 한다. 이 작품집의 출발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여기 모인 일곱 명의 작가는 그들을 마주보고, 그들 안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현재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현명하게 살아 내는 청소년 특유의 건강하고 유쾌한 힘을 확인하고자 했다.

사이버 웨어를 입게 되자 그간 자신과 친구를 괴롭혀 왔던 희대를 시원하게 응징한 경수 - 〈그날의 인간 병기〉, 염세적인 십 대의 미래를 유쾌한 방법으로 거부한 치훈이와 친구들 - 〈미(米)마켓 습격 사건〉, 첫사랑을 향한 고백부터 복수까지 친구가 대신해 준 우주 최강 찌질이 - 〈찌질이〉, 우정의 미묘한 균열을 복잡한 감정으로 지켜보는 진이 - 〈편의점 앞으로〉, 자신들을 꼭두각시 취급하는 어른을 강력하게 응징하는 복탄고 아이들 - 〈복탄고를 사수하라!〉, 지옥문이 열렸던 그날부터 오로지 복수 하나로 자신을 몰고 간 인호 - 〈마지막 테스트〉, 현실에 발 디딜 곳이 없어 무언가로 변할 수밖에 없던 우주와 친구들 - 〈그래도 될까?〉. 일곱 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청소년기를 조금은 덜 힘들게, 또 이 땅의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고단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최영희 〈그날의 인간 병기〉
이경화 〈미(米)마켓 습격 사건〉
이선경 〈찌질이〉
김민령 〈편의점 앞으로〉
임그루 〈복탄고를 사수하라!〉
듀 나 〈마지막 테스트〉
최상희 〈그래도 될까?〉
복수는 나의 것 을 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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