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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자인 나는 쇼펜하우어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염세주의자’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했다. 오랫동안 내 안에 쌓여있던 쇼펜하우어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는지 그의 책은 첫 장을 넘기는 그 순간부터 나로 하여금 우울함의 정서를 탐닉하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인문, 사회과학 서적들이 번역에 있어서의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번역상의 문제점은 우리로 하여금 줄곧 위대한 사상가들에 대한 오해의 감정을 지니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물며 나는 번역본도 읽지 않은 체 그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염세주의자’라는 단어를 떠올렸으니, 내가 애당초부터 소유하고 있는 편견의 깊이는 실로 어마어마했음에 틀림없다.
그는 인간을 자연이라고 하는 거대한 틀 안에 가두었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탄생의 순간부터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되며, 인간 역시 그러한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전제 앞에서는 강인한 의욕을 지닌 이라 할지라도 체념의 상태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조금 더 행복하고 덜 행복하고의 문제는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힘든 문제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의 철학에서 묻어나는 어두움은 결코 삶의 가치를 비하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색채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이러한 운명에 맞서기 위해 자기에게로 몰두한다. 고독을 사랑함으로써 자유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결과적으로 죽음을 통해 인류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더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무한 자유에 이를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쇼펜하우어는 데카르트로부터 시작하여 칸트, 니체로 서양 철학의 중간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글에서는 전반적으로 어두움의 정서가 존재할지라도 그 어두움을 제거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에 대한 모색이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다. 그는 종종 우리 사회에 자살을 권장하는 것마냥 오해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쇼펜하우어 자신은 단 한 번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자신이 설정한 높은 차원의 어두운 현실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의지적으로 행동하였다. 그것은 소멸하는 가운데서도 실존하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 그 투쟁의 중심에는 ‘이성’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성은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긍정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었다. 이렇듯 그는 이성의 힘을 빌어 자신의 신체, 즉 유한함을 뛰어넘음으로써 자기 긍정의 상태에 이르길 염원했던 것이다. 부정을 통하여 보다 높은 차원의 긍정에 이르게 되는 이 과정은 흡사 헤겔의 정(正)-반(反)-합(合)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이는 쇼펜하우어가 삶과 죽음에 대한 감상적이면서도 짙은 고뇌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종교 학자 아닌 철학자로 세상에 기억되고 있는 이유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결코 의지를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강력한 삶의 긍정을 보여줬다. 그에게 있어서 자살은 삶에 대한 강렬한 욕구의 잘못된 발현이었다. 자살은 그에게 의지의 영원한 작용이 아닌 생명의 제거 행위에 불과했으며, 자유 의지 그 자체의 부정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역시나 나의 미천한 이해력이었다. 그러잖아도 쇼펜하우어 스스로 서문을 통하여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번 읽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엄포(?)를 놓을 정도로 이 책은 난해함을 지녔는지라, 단 한 번의 속독으로 한 철학자가 평생을 통해 이룩한 삶에 대한 깊은 고뇌를 이해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닌가 싶다.
세계의 실체는 의지라고 하는 주의설(主意說)에 입각하여 형이상학적 체계를 세운 쇼펜하우어의 대표적 저작으로 생철학(生哲學)과 더 나아가 실존 철학에의 길을 터놓음으로써 후세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
1. 제1권(1장~16장)
표상으로서의 세계, 제1고찰 충족 이유율에 근거한 표상
경험과 과학의 대상
2. 제2권(17장~29장)
의지로서의 세계, 제1고찰 의지의 객관화
3. 제3권(30~52장)
표상으로서의 세계, 제2고찰 충족 이유율에 근거하지 않는 표상
플라톤의 이데아, 예술의 대상
4. 제4권(53~71장)
의지로서의 세계, 제2고찰 자기 의식에 도달한 경우에 있어서 -
생에 대한 의지의 긍정과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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