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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상자

fauv 2023. 12. 10. 12:29

 결론부터,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해 내가 하고픈 말은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든 느낌의 데모판. 이다. 대사 없이, 오직 그림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탓인지 스토리 자체는 짧고 보잘것없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내가 리틀 포레스트같다고 말한 이유가 그것이다. 이 영화도 별볼일 없이 요리하고, 농사짓고, 먹는 내용밖에 없지만 다큐같은 조용함이 매력이었다.  오죽하면 끝없이 스파게티+맥주를 차린 채 영화를 틀겠나. 내용이 없다는 것, 그것 자체가 좀 가볍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으나 나는 아주 좋았다. 가능하면 이 책에 복선이라도 깔려있었음 좋았겠지만, 그건 과한 욕심이고 책 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것은.. 치유된다고 표현해야 할까, 아님 흥미롭다고 해야할까. 아이들에게 있어선 어떨지 모르겠다. 별 의미 없고 가벼운 스토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인데, 시답잖고 억지스런(예를들면 고교 문학따위들) 것들을 아주 싫어한다. 다만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듯이 아마 아이들 또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2007년 칼데콧 상 수상작. 바닷가에서 소라게를 보던 소년은 파도에 떠내려 온 수중 카메라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인화된 사진에서 보여 주는 바다 곳곳의 풍경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상상의 세계입니다. 익숙한 동물들의 낯선 모습, 고요할 것만 같은 바다의 왁자지껄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상상인지 모를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시간 상자 는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큰 그림에서 작은 그림들로, 소년의 눈에서 카메라의 눈으로, 그리고 물고기의 눈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현실과 상상의 세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화면 구석구석 세밀하게 표현한 저자의 섬세함과 환상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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