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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동물원
fauv
2024. 1. 28. 08:00
유리문 안에서 / 이근화 구체적이고 가혹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소세키의 문을 두드렸다 소세키는 몸이 아팠고 기운이 없었지만 손님에게 차와 방석을 내놓았다 여자들은 울었고 남자들은 화를 냈다 모든 것이 너무 가깝거나 멀었지만 사람들은 둘 이상의 질문을 동시에 했다 소세키는 대답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가혹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소세키의 문을 날마다 두드렸다 유리문이었다 소세키도 화가 났고 생각이 안 풀렸고 추억에 잠겼다 투명한 집은 없다고 소세키는 유리문을 달았을 것이다 유리의 잔금을 안고 자주 아팠을 것이다 가끔 그의 고양이가 집을 나갔고 여자들이 죽었다 남자들도 죽었다 소세키도 지금은 그 자리에 없다
*나쓰미 소세키의 산문집.
2004년 현대문학 에 「칸트의 동물원」 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근화의 첫 시집이다. 등단작 5편을 포함한 시 57편을 3부로 나누어 실었다. 「칸트의 동물원」, 「왕의 항아리」, 「유리문 안에서」를 비롯한 그의 등단작들은 뚜렷하고 신선한 개성 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문, 릴케ㆍ프랑시스 퐁주의 시 등 다양한 텍스트에서 전거를 차용하며, 일상에 대한 태연한 묘사에 신화적ㆍ동화적 모티프를 불쑥 난입시키는 그의 독특한 언어 구사는 단연 돋보이는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